by 천이형님 posted Mar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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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우리형은 하교길에 굳이 슈퍼를 지나치고는
집에 있는 나한테 과자를 사오라고 시켰다.
“나는 고학년이라 군것질 하는게 창피해”라는 말을 동전처럼 던졌다.

한번은 88오락실에서 5학년 형이 내가 앉은 자리를 가로챘다.
“너 왜 일어나?”
“저 형이 일어나래..”
형은 실갱이 하나 없이 귓방맹이를 날리며 오락실 전체를 정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오락실에 붙여진 호돌이 말고는 웃는 사람은 없었다.
뿅뿅뿅뿅 전자음처럼 내 가슴도 뛰었다.
형이 6학년 내가 1학년 때 일이다.

형은 날래고 무서웠다.
그렇게 어른스럽던 형이 이제 너무 어른이 됐다.
가끔 내게 문자를 보낼 때도 “아우님...”이라는 서글픈 말로 시작한다.
형한테도 이제 무서운 것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해도 해도 안되는 일도 많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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