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몸짱

by 천이형님 posted Oct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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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온통 먹는 이야기고
SNS는 온통 몸에 관한 사진 뿐이다.
어른아이 상관 없이 느끼는 즐거움이
1차적 감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는 즐거움
부패한 것을 부수는 즐거움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구하는 즐거움

이런 크고 벅찬 기쁨이
중년의 가슴을, 대학생의 가슴속을 채웠다.
그 때는 살면서 세상을 바꾸는 맛이 있었다.

이런 시절에 누가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배에 왕자가 새겨졌다는
자랑을 할라치면
우습고 하찮게 여겨지며 코웃음을 받을 뿐이었다.


.



하지만
촛불의 실패 이후, 사람들은 변했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고,
악인들의 보복은 길고 지루하고 잔인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 시작했다.
손안에 들어오는 즐거움으로라도 위안을 받고 싶어했다.
삼촌팬이 생겼고, 덕후가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성형이 복근이 중요해졌다.
나를 위해서만 사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실업자가 되고, 국민은
개 돼지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