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엔 청취율 조사가 나왔다.
0%. 동시간대 공동1등이자 공동꼴찌.
새벽 3시의 라디오 경쟁력이다.
지난주에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디제이를 부탁해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았다.
소설가 김연수가 갑자기 한겨레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고를 해서
내 프로그램에 대해 애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존경하는 한 선배가 또 여기에 대해
장문의 격려글을 남기기도 했다.
백방으로 뛰어다녀서, 간신히 연락처를 알아낸
한 화제의 인물이 방송한 날에는
새벽 3시임에도 불구하고
미니메시지가 무려 1000개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품질에 대해 회의을 느끼는
퇴사한 선배의
적나라한 리뷰를 마주하기도 했다.
나는 새벽 5시에 기상해서 6시까지 회사에 출근.
전현무와 함께하는 굿모닝 FM의 조연출로도 뛰고 있기 때문에
보통 오전시간은 여기에 할애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메인 프로그램
디제이를 부탁해에는 작가가 할당되어 있지 않다.
매일 같이 바뀌는 출연자의 섭외도, 지난한 원고 수정작업도
상품, 심의 당연히 녹음, 편집도 나 혼자 감당하게 된다.
요새는 가능하면 저녁에는 운동을 하고 싶어서
최대한 짜투리시간을 없애보려고
자주 점심을 굶고 일하게 되는데,
그래도 하루에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16시간씩 근무하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현실적인 한계를 감내하며
어느 부분은 포기하고 가기도 한다.
음악을 제외하면 실제 녹음 분량은 15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다듬고 가르치고, 수정하다보면
보통 녹음시간은 2시간 정도가 되는데,
여기서 느끼는 것은 30년동안 자기식대로 살아온 사람을
단 몇시간 안에 절대로 바꿀수가 없다는 거다.
어투나, 이해력이나, 성격이나, 솔직함이나
피디 한명이 그 사람의 인생을 수술하기는 힘들다.
그것 조차도 청취자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산물이라며
위안을 하지만, 대부분 아쉬움 속에 함께 담게 된다.
아쉽다.
에너지가 좋을 때는
매일 같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게
무슨 소개팅을 하는 것처럼 신나고 재밌기도 하지만
컨디션이 안좋을 때는
성격 안좋은 고참을 만나서 이거저거 부탁해야 하는 것처럼 고역이다.
나도 남들처럼 하루종일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
아는 사람들하고만 일하고 싶을 때도 있다.
만나는 선배들은 한결같이
좀더 쉽게 가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세상에 자기 이름 달고 쉬운 프로그램이 어디있겠는가.
아무도 듣지 않는 시간.
그래. 청취율도 잡히지 않는 새벽3시지만,
디제이를 부탁해를 검색해보면
기특하게도 40위권안에 머물러 있다.
이 새벽에
말하지 않고,
듣고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제일 미안해지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