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안에 대한 코멘트 조금더

by 유천 posted Nov 15, 200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동네 오락실에서 형하고 같이 2인용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는 옆자리에 앉아서 언제끝나나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데


동네 양아치 한명이 나보고 일어나라고 했다. 


그걸 형한테 이야기 했더니


형은 그자리에서 양아치 귓방맹이를 날렸다.


오락실은 물론 순간 숙연해졌다.


형 왈 '천아, 앉아-'


 


우리형도 비행기 오락종류를 좋아했는데,


자기 오락할 때는 누가 보고 있어야 신나는지.. 내가 꼭 옆에서 지켜봐줘야 한다.


어디 딴데 가지도 못하게 했다.


 


형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음표도 못읽고 박자도 못세는 나를


방바닥에 앉혀놓고 가르쳤다.


어린나이지만, 그 때 분명히 깨달은건..


'모르는건 모른다고 해야한다.


 상대가 미안해서 괜히 이해한척 넘어가다가는 점점 더 일이 복잡해진다.'는 거였다.


몇 시간의 트레이닝 후..<즐거운생활>에서 '미'를 받는 일이 더이상 없게 되었다.


 


형이 고등학교 때였나, 사춘기였는지 ..


형은 수퍼가서 과자 사가지고 오는게 창피하다고 했다.


그래서 집에 오는길에 있는 수퍼를 그냥 지나치고난 후


꼭 집에 와서는 나한테 과자를 사오라고 하곤했다.


시키면 나는 다녀왔다.


 


형은 그리고.. 이 불량한 동네에서 처음으로 4년제 대학에 입성한


우수한 인재다.


 


솔직히 군대에 갈 때까지 나는 형한테 찍소리도 못했다.


그런 분위기다.


 


tv에 나오기 훨씬 전부터 김용옥에 푹 빠져있었고,


자연계였던 나한테 뜬금없이 고대 철학과를 가라고 강요했다.


 


그리고..지금은 무슨 네트웍 회사에 다니는데.. '과장'이란다.


 


아직도 형은 나를 무시하는 경향이 다분해서


깊은 마음의 이야기는 많이 나누어 보지 못한게 사실이다.


그게 많이 아쉽다.


 


다들 느끼겠지만, 집에서 잘하기가 훨씬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