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들린다.
일상의 소리로 잘 덮어놓지만
침묵 속에서는 대책이 없다.
길을 걸어도, 전철 좌석에 앉아 책을 펴도
밥을 먹어도, 옷을 갈아입어도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사각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징그럽고 흉칙한 소리
그건 내 자아의 소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놀라고
그걸 잘 포장하는 나의 가증함에
다시 한번 놀라곤 한다.
덕분에 늘어가는 풍부한 스킬은
진실한 그 무언가에서
날 점점 멀어지게 하는 느낌이다.
자아가 웃는다.
그 웃음이 그렇게 무기력하고 냉소적일 수 없다.
자아가 춤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추어대는 걸 보고 있으면
잠자리에 들 때쯤에는 서로 지친다.
추는 놈이나 보는 놈이나
다 같은 놈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 땅의 빛과 소금되어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주께로 인도하고픈데
나의 욕심이
나의 못난 자아가
언제나 커다란 짐되어
나를 짓눌러 맘을 곤고케 하니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
예수여 나를 도와주소서..
그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생각했다는 바울님의 고백을
나도 하고 싶은 밤이다.
중심이 없으면 받지 않겠다는 말씀
참 무서운 말이다.
이상은 너무 크고
그걸 주님 주신 생각이라고 하기에는
내 자아가 아직 건재하다.
어리다는 생각은 죽어도 떨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