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대 역에서 내리면 집으로 올라가는 뒷길이 있는데, 거기에 있는 쉰 두개짜리 계단입니다.
올 봄 이었던가요- 막 잠에서 깬 부수수한 얼굴로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귓방맹이를 때리는 듯 차가운 바람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더라고요.
그날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라 피곤하긴한데-
정말 피곤하긴한데..제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또 다시 너저분한 일들로 시간을 메꾸고 있는 나를 혼내주고 싶어서
쉰두개의 이 녹록하지 않은 계단을 오리걸음으로 엉금엉금 오르던 기억이 납니다.
반년이 지난 이 가을에도 여전히, 나를 또 혼내주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추잡하고 더러운 인격과 죄에 대해서는
'인간의 실존적 운명'을 운운하며 오히려 하나님을 변명으로 삼고
후배들의 작은 투정에 대해서는 이내 분을 못이겨,
벌겋게 달아오른 쇠막대기처럼 길 한가운데 꼿꼿하게 서서 오가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드는게
그 봄으로 부터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지금의 나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계속적으로 실패하자
또 다시 나만의 누군가를 만들어, 그 관계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를 닫고, 조용히 지내면서 조금이나마 자라기를 원했지만
늘 그 모양 그 추임새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한심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중학교 2학년 1990년의 10월의 어느날. 일기에 적혀 있는
'내 비록 어리고 약하여 내 믿음이 부족하나 주께 나아가길 원합니다. 주여.
나를 받으시고 주의 말씀과 뜻 안에서 살게 하소서."
그 소망들은 지금 어떻게 이뤄져 가고 있는지-
그래저래 주접을 떨다가 오늘 LTC간담회를 다녀왔습니다.
후배들의 우주같은 고민을 들으면서
여전히 살아 있는 소망의 존재들을 느끼게 되는 새벽이었습니다.
결국
'i learn by where i have to go-'
커뮤니티는 다시 문을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