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불안수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눈 세 사람은 내일 아침 일찍 득피암(得皮岩)에 올라가 무공을 연마하기로 하였다.
득피암은 나의 내공을 타인에게 이전할 수 있는 일종의 치유내공으로 귀도공의 일종인 중보귀도권을 수련하는 곳이였다. 이곳에서는 주로 아위배포의 내부 결속과 아직도 예수 그랬어도를 모르는 무지한 자들에게 귀독권법과 보금신공을 설파하여 이루어지는 중원 보금화를 꿈꾸며 여러제자들이 중보귀도권을 수련하였던 것이다.
중보귀도권은 크게 자신의 내공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치유공과 하늘의 신력을 내리 받는 봉술로 이루어진다. 이때 쓰이는 봉을 만드는 나무는 특별하여 하늘로 부터 내려오는 정기를 받아 신력으로 자신의 무공을 2성 정도 높일 수 있는 특이한 나무였다. 이 나무는 아무 나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였고 경희파의 철후 장문인이 주로 쓴다는 시냇가 근처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만들어야 했다.
중보귀도권은 빠른 기간 내에 자신의 공력을 올릴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 수련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소진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매일 득피암에 올라와 중보귀도권을 닦는 다면 하늘이 내려주신 신력을 평생토록 간직하여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전전후 무공이 되기도하였다.
득피암은 특이한 곳이였다. 아위배포 도장에 입문한 제자라면 누구라도 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선뜻 그 곳에서 수련을 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득피암에 새벽녁 아침해가 아직 뜨지 않았을 때 3보 정도 앞만 보이는 그 때에만 올라가는 길이 나타나기 때문이였다. 그 길이 나타나는 시간이 불과 반각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제자들이 그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득피암에 올라가는 길은 높고도 험준에 그 곳에 올라가는 것 자체 만으로도 커다란 수련이 되었다. 이렇듯 득피암에서의 수련이 험난함을 알자 많은 제자들이 득피암 자체를 꺼리게 되었고 기껏해야 애지암에서만 수련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아직 동이 트기 직전에 셋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연 내일 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표수가 말했다. 표수는 설교대 잠입이후 득피암에는 한번도 찾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설교대와 득피암과의 거리가 멀기도 했으나 설교대에서의 수련 시간과 득피암에 올라 갈 수 있는 시간이 겹쳐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걱정말게, 내가 바로 득피암 수련 인도자가 아닌가~ 푸하하"
그렇다. 올해부터 수녹소저와 덕굴위가 함께 득피암 수련 인도자가 되어 중보귀도권 봉술의 다양한 초식으로 수련을 인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수이 올라가는 방법에 대해 특별히 학소 장문인으로부터 귀뜸을 받은 게 있으니 걱정말게"
"아니 그게 뭔가? 나도 알려주게~"
평소 득피암 수련을 게을리 하던 태풍이 말했다. 이는 태풍의 집이 멀기도 하거나와 밤늦도록 계속되는 음공 수련으로 아침 일찍 득피암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기도 했다.
"글쎄..이것은 우리 문파 득피암 인도자에게서만 내려오는 비기인데.."
"아니 우리끼리 무슨 비밀인가! 우린 피를 나누진 않았으나 이미 생사화복을 같이 하기로 한 사제들 아닌가?"
태풍이 흥분하며 말했다. 유난히 사람에 대한 정이 많고 나눔을 좋아하는 태풍이라 비기가 있다는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갑자기 태풍의 얼굴에 푸르른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아니 자네 왜 이러는가?"
"아니 주화입마???"
그렇다. 태풍은 워낙에 소리에 민감하여 야 까랴까의 계속되는 사악한 음공이 어느새 체내로 주입되어 시나브로 자제력을 잃어 버리게 되었고 얼굴에 푸른빛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아~ 내가 왜이러지 정말 내가 주화입마에 든 듯 싶네...."
일찍이 이런 적이 거의 없었던 태풍이라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였다.
"안되겠네 우선 빨리 득피암으로 올라가세 그 길 밖에 없겠어, 덕굴위 자네가 앞장서게 마침 때가 된 듯 싶으니"
"알았네 결국 하늘의 신력을 받아야 하겠군"
셋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득피암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헉헉....아니 벌써 몸이 무거워 지다니...."
이미 태풍의 푸른 빛이 얼굴에 퍼지고 목 뒤를 타고 등줄기를 훝어내고 있었다. 점차 몸은 무거워졌고 경공술도 현저하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다 왔네 조금만 더 힘을 내게"
이윽고 도착한 득피암.
일찌기 수많은 사형들이 여기서 중보귀도권을 수련하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과 땀방울을 흘렸던 곳.
중원이 어지러울 수록 더 많은 제자들이 중보귀도권을 수련하는 데 여념이 없었던 곳.
지금은 찾는이가 적어 수련의 열기가 수그러 들었으나 예전의 비장함은 여전히 곳곳에 서려있었다.
"태풍! 자 여기 앉게. 표수! 자네도 이리와서 손을 얻게나"
결국 내공 싸움이였다. 가을 바람을 타고온 야까라까의 마성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중보귀도권 제 8장 '등치기' 뿐이였다. 이는 주화입마에 걸린 자에게 특효를 낼 수 있는 초식으로 일찌기 수련대회 때에나 볼 수 있는 특이한 초식으로 주로 구이독선 삼십이 주로 사용하였다. 중보귀도권에 열중하고 있는 제자의 품세는 다양한데 '하늘 우러러 보기' '무릎꿇고 얼굴 쳐박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등 다야한 품세 가운데 주로 '무뤂꿇고 얼굴 쳐박기' 품세에 유효하였다. 이러한 품세를 유지하고 귀도공을 쌓고 있다보면 삼십도사는 아무도 몰래 다가와 '등치기'를 시작하였는데 아무리 심마가 들어와 어지럽고 강퍅해진 마음이라 할찌라도 '등치기'가 3초식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오열을 떠트리며 보금신공의 제 7단계 진희탈죄(眞喜脫罪)에 이르게 된다. 일찌기 삼십도사로 부터 사범수련기간 동안 등치기를 전수받은 덕굴위와 표수는 자신의 내공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태풍! 여기 앉아 죽이도문을 외게 우리는 '등치기'를 시작하겠네"
"재천함부(在天檻父)시여 수성명(受聖名)하시오며..."
이미 가부좌를 틀고 죽이도문을 조용히 외기 시작한 태풍.
"주예수기독(主豫修基督) 청태풍관긍휼(請太風觀肯恤)..."
2000년 동안 내려온 법문을 외며 '등치기'를 시작한 표수와 덕굴위.
"팍!
퍽퍽!
팍
팍!!"
한식경이 지났다.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내공을 타인에게 주는 중보귀도권으로 태풍의 등짝에 손을 내리찍었고, 그들의 손이 내리치는 곳곳 마다 붉은 손자국이 찍혔다. 점차 태풍의 등줄기서 부터 사악한 푸른 기운이 상서로운 붉은 기운으로 바뀌였고 이윽고 태풍의 얼굴에도 희색이 돌기 시작했다.
"어주예수지명(於主豫修之名) 상납귀도(上納歸導). 아만(我滿)!"
아만(我滿)!은 모든 귀도권에서 마지막으로 외는 것으로 하늘의 신력을 나에게 채워달라는 간절한 외침이다. 귀도권의 특징은 어떤 귀도권을 쓰던지 신의를 가지고 하늘의 신력을 바라며 아만(我滿)을 외치면 모든 귀도권이 진실로 완성된다는 데 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표수가 물었다.
"태풍 괜찮은가?"
"음....고마우이....어느정도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네...조용히 운기조식(運氣調息)을하고 싶구만 잠시 나를 내버려두게"
"그래 알겠네...나도 수련인도자라곤 하지만 여전히 중보귀도권은 힘드네 그려...."
"맞아 우리 모두 수련이 부족한 것 같네. 이러한 내공을 가지고 어찌 그 사악한 아수라(阿修羅) 야까라까를 이길 수 있겠나!"
표수가 단호이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득피암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게, 나도 설교대에서의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겠네.."
그렇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수련에 정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 어찌 아름다운 한 도장 사제들의 모습이 아니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