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인 피곤함이 농울쳐오던 어느 오후,
견디지 못하겠던 저는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엉금 엉금 오르다보니
이것 저것 기도해야 할 제목들이 떠올랐습니다.
방금 원투원 했던 리더의 열등감부터 시작해서,
마음 잠그고 고집피우는 새내기와
저기 카자흐스탄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기의 일까지-
무거운 가방 앞 쪽으로, 또다른 무게가 실리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늘을 보고 중얼댔죠.
"하나님, 이거 꼭 말로다 해야 압니까?"
답답한 마음에 하늘을 보고 따지긴 했지만,
피식- 웃음이 나는 건 어쩌지 못하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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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하나님은 또다른 사실을 깨닫게 해주시더군요.
기도를 통해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사실.
오랜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아온 리더의 그 서러운 심정을 직접 느끼게 하시고
후배의 마음을 잠그게 만드는 내 뻣뻣하고 경직된 태도를 보게하시고
카자흐스탄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기가 맞닥드리고 있는 차가운 바람을
직접 느끼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드시더라구요.
결국, 기도 가운데서-
꼭 말로 다 해야, 뭔가를 아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바로 '나'더군요.
그래서 하나님은 기도의 자리로 나를 부르시는 것 같더군요.
기도하고 돌아오던 오늘 저녁,
시원한 바람이 맞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