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간의 시문장 실습이 끝났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도란도란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말놀이였다. 하지만 대화는 파편적이었고 시는 날카로웠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폐적 문장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황하는 순간 "너무 재미있고 고칠 것이 없는 시"라는 평들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 여성은 "나는 너의 밑을 보고싶다"라는 테마를 가지고 시를 썼고, 이는 똥에 관한 시라고 설명을 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무엇을 쓰던 자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0대의 어르신의 간단한 코멘트 "저는 처음에 성적인 의미인줄 알았어요"는 자유롭게 넘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시에 대한 오독, 여성에 대한 모독에 대해서 끝까지 사과를 받으려는 기세가 역력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공부하시면 좋겠어요"라는 선생님의 중재(?)로 마무리 되긴 했다.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문학 모임이 이토록 파쇼적이라니. 교조주의로 가득했던 90년대 대학의 학회를 보는 것 같아 답답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탄 엘레베이터는 조용했다. 다들 어떤 기분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의 시라면 나는 미련없이 돌아서기로 했다. 내 갈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속에서 괴상하게 성장하고 싶지도 않다. 몸을 돌려 우리 집에 꽂혀있는 삼백권의 시집을 본다. 좋다. 나는 지금처럼 거리를 두고 기꺼이 독자로 남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