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 24일차.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순례길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리아를 출발점으로 한다. 확실히 이제 도시의 풍경이 시작됐다. 그 옛날 평원을 건너 오는 적을 막기위해 지었던 두꺼운 벽돌집들은 사라지고. 채광 좋게 넓은 창이 눈에 띈다. 자신감 있는 요즘 세대의 표정 같다.
새로운 사람들도 유입되고 있다. 보송보송한 얼굴에 나이키 스포츠용품으로 치장한 가벼운 걸음들. 확실히 이제 순례길을 시작한 사람들 티가 난다. 반면 생장에서 출발해 이미 700km를 걸어온 사람들은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초반의 활기찬 인사는 없어지고 지나가도 기벼운 목례로 대신한다.
누군가는 이곳 800km 순례길을 80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초반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만 해도 10대처럼 이 사회에 어찌 적응할까 막막해 하다가. 2-3주 차가 되면 요령이 생겨 하루 40km씩 주파하기도 하고. 어느새 이제 100km 앞, 이 여행을 정리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얼마 안남았네. 다들 아쉬움반 두려움반으로 회한을 나누는 모습이 70대의 노인의 표정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나흘 남짓. 이 순례길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아쉬움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