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차
이 길에 대체 무슨 답이 있을까. 나는 답을 써보려 시험장에 나왔지만. 출제자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넓은 이곳의 평야가 빈 교실 처럼 느껴진다.
‘하나님 당신은 우리 인간에게 관심이 있습니까.’ 이것이 내가 몇년 동안 품에 안고 있던 질문이다. 들판을 걸으며 자꾸만 물었다 그 분은 무관심으로 지금 대답하고 계시는 걸까. 이것이 그분이 내게 답을 말하는 방식일까.
탁트인 평원을 걷고 또 걷다보면 내가 다 닳아 없어지는 것 같은데도. 오만 가지 불만과 욕정. 나쁘고 추한생각들이 돌처럼 탁탁 튀어 오른다. 등산화 속에 파고 들어와 나를 괴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