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 나왔던 방시혁. 슬라임 같이 생긴 친구가 갑자기 '사람이 논리로 설득될 수 있나요?'라는 심퉁한 말을 건냈을 때, 나의 베프가 됐다. 소름이 짜르르 끼쳤고 마음이 뭉클했다. 젊은 시절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를 알아주는 사람이 나왔다는 반가움 같은거였다.
사실 박진영은 20대의 나와 비슷했다. "누군가를 잘 설득하면 되고 잘 설명하면 세상은 바뀔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는 연대의 교훈이 내 좌우명이었다.
지덕복 합일설. 제대로 알고 설득하면 된다. 나는 완벽한 종교적 변증을 통해서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신학론을 더 정교하게 갈고 닦아 이 타락한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은 누구도 이기지 못할 종교적 논리의 필승법을 가지고만 있다면 기독교의 국가, 기독교의 세계도 만들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방시혁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이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고 완전히 독립적이어서, 한가지의 이해를 함께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느끼는 것이 다른데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회의였다.
기억나는 일이 있다. 대학시절 한시간 정도 뜨거운 논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성경의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증거를 입체적으로 들이댔다. 논리적으로는 물샐틈 없었고, 완전한 나의 승리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무신론자로 남아있었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날 "힘들 때면 나는 예배당에 찾아가 조용히 기도해"는 내 힘없는 고백에 , 그 친구는오히려 마음을 열었다. 설득당했다.
논리란 사람을 설득하는 도구로 얼마나 무기력한가. 무가치한가를 깊숙히 경험한 나는. 더이상 예전처럼 변증법을 신봉하는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