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녁에 잡은 모기가 40마리는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찬장에서 발견한 홈키파를 집에 어두운 구석에 좀 뿌려봤는데, 아마도 그들의 본거지를 건드렸겠지.
모기는 어떻게 대화를 할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위잉~ 그 끔직한 주파수의 날개짓 소리가 전부인데. 새 시즌을 맞는 축구팀처럼 해마다 숨는 위치가 다르고 해마다 공격하는 부위가 다르다. 머리를 맞댄채 의논을 하지 않는다면 매년 이런 진보가 가능한 일이려나.
생각이 이정도까지 차오르면 모기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더 복잡해진다. 시즌마다 작전 타임을 갖는 고등생물을 이렇게 모른척 함부로 내리쳐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고 그들보다 더 고등생물인 우리가 순순히 살점을 뜯기고 피를 빨리는 먹이감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거실에 인센스를 켜두었다. 꼬불꼬불 또아리를 튼 모기향 한줄에 불을 붙이자 매캐하다. 생각은 멈추고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