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나 한번 먹자고 해서 교회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급하게 만나서 급하게 굽고 급하게 떠들고 헤어졌다. 이야기는 정미소의 쌀알처럼 계속 부어졌지만, 다들 상대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결론을 내린다. 경매하는 수산시장 같았고, 계산기를 두드려 가격을 보여주는 용산의 장사치들 같았다.
나이 들어서는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해야한다고 한다. 나도 뭘 얻으려고 만난 것은 아니다. 나는 솔로에 성형이야기에, 연예인, 고양이 이야기까지. 물을 한 웅큼 쥐어본 느낌이다. 대화는 남는 것 하나 없이 다 빠져나갔다. 최근의 드라마는 줄줄 꿰고 있지만, 다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본 게 언제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3년이 지났는데, 그 때의 갈림길에서 우린 각자 너무 많이 뻗어온 것 같다. 헛헛할 수밖에 없는 모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