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5일차

by 천이형님 posted May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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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5일차에 접어들었다. 머리가 무척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후유증 때문인지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인지 모를 지경이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으면서 지낸다. 오늘 방송의 선곡 리퀘스트를 정리하는 것 말고는 신경쓸 일이 없다.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왔는데, 나의 부재와 상관없이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특별히 달라진 거라곤 출근을 못하는 것과 바깥 헬스장을 다니지 못하는 것. 생활리듬이 완전히 무너진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 

 

<피의 게임> 저택 지하에 갇힌 유리사, 후지이 미나의 심정도 떠오르고, 집엔 은둔공간에 숨어서 몇달을 숨죽여 보냈던 안네 프랑크도 생각난다. 그보다 더 오래전 카타콤 지하세계에서 지내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지금 내가 누리는 넓은 거실조차도 없이, 좁은 통로와 햇볕도 받지 못하는 토굴에서 몇년을 보내다 구루병에 걸리며 죽고 고생하던 사람들. 로마에 종교 자유가 선포되었는지도 모르고 몇년을 더 숨어 지냈던 그 심경은 어떤걸까 골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