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남이

by 천이형님 posted Mar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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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시사회에서 <웅남이>를 봤다. 손익분기점 90억. 나 같으면 대단한 압박감에 정육점 고기처럼 진공압축이 되었을 법한데, 살이 좀 빠졌다는 이야기만 들리고 성광이는 꿋꿋하게 잘 이겨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자 내용은 들어오지 않았다. 저기 저 장면에서 박성광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피카레스크식 구성도 아닌데, 스크린 밖 상황만 계속 그려졌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들쑥날쑥. 성광의 인맥이 작용해 좋은 배우들이 드문드문 들어왔지만, 그저 여기저기서 자기만의 연기를 하고 있었다. 무명의 배우들은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 그저 웅얼웅얼하는 느낌이었다. 감독의 지시하에 일목요연한 질감 같은건 보여주지 못했다.

 

박감독은 현장에서 연기자들의 스케줄을 잘 챙겨줬다고 한다. 어쩌면 캐스팅을 도와준 것만으로도 배우들에게는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을거다. 아니면 '나보다 더 전문가'인 연기자들에게 이번엔 한수 배우는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욕 먹지 않는 감독이 끝까지 욕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방목하지 않고,  채찍을 들고 당근을 들고, 저기서 좀 더 자신감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내가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작은 배우들로만 캐스팅을 해서, 강하게 진두지휘를 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유쾌한 실험정신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미 끝난 일에 대해서 성광이보다 더 걱정을 한다. 

 

사실상 대형영화가 없는 상황이다. 하늘이 준 대진운, 그것조차 살리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 세상이 같이 망했으면. 전쟁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 것도 시작하지 않은 다른 이들보다 박성광은 얻은 것이 많다. 관중석에서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나같은 사람들보다는 프로 리그에 뛰어들어 최하위를 하는 선수가 훨씬 위대하다. 지금의 경험은 무조건 플러스. 백퍼센트 플러스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