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의 백미는 상실에 있다. 요가나 마사지를 할 때도 일부러 혈류를 차단했다가 풀어줘서 머리와 그 근육을 자극할 때가 있는데 무척 시원하다. 정확히는 근육에서 민트의 '화~'한 자극이 올라오면서 머리가 밝아진다. 몸이 깨어난다.
백패킹은 아무리 산더미 같은 등짐을 지고 가도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원시인의 소꿉장난이다. 추위와 딱딱함에 오돌오돌 떨다오면, 리모콘 하나 만으로 척척척 돌아가는 집이나, 꼭지만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샤워기, '삑삑' 바코드 소리에 물건을 대령하는 편의점까지. 문명의 이기가 갑자기 신기하고 대단해진다.
산티아고에서 두주동안 걷기만 하다가 다시 버스를 탔을 때는, 태초에 바퀴를 발명한 그 조상님은 얼마나 위대한 분이셨을까 묵상하기도 했다. 백패킹은 문명으로 돌아오는 재미가 있는 '사서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