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물건을 당근에 팔아치웠다. 오랜기간 거실을 차지했던 실내 자전거와 길이가 너무 길어서 불편해 보였던 등산 스틱.
틍산스틱은 몸이 불편한 아저씨에게 팔았다. 외로우셨는지 거래를 하는 짧은 시간에도 많은 말씀을 나누셨다. 기존에 쓰던 스틱을 리뷰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케이스가 있어야하는데 없는게 서운하다, 마봉춘이 요즘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줄줄이 계속 말씀을 이어가셨다.
"제가 지체 장애가 있어서 알라단 서점 쪽으로 와주실수 있냐"는 채팅을 보고는 원래는 가격을 좀 깎아드려야 겠다고 마음 먹고 나갔다. 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사실 말씀이 너무 길어질까봐 제안을 하지 못했다. 나는 더 짧은 스틱을 편하게 쓰고 싶었다. 그 스틱은 접어도 60cm라 너무 길어서 내다파는 거였다. 불편한 물건이 좀 더 가난한 이에게 돌아가는 것을 보며 마음이 씁쓸해졌다.
한시간 뒤에는 거실을 차지하던 무거운 실내자전거도 팔아치웠다. 매달 2만원씩 나가는 '쯔위프드'가 부담스러워 구독종료한 뒤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TV를 보면서도 시간을 알차게 써보겠어'라는 마음이 '운동은 체육관에 가서 하면 되는걸'로 알량하게 바뀌던 과정이 우스웠다. 남자 셋이서 낑낑대며 승용차에 실어 보냈는데, 돌아와 보니 점점 넓어지는 내 이마처럼 거실이 훤해졌다. 그래도 아마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마사지 베드'를 사는 전제조건으로 처분하게 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