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토요일에 등산 약속이 있었는데 꼴 좋다. 방송에서는 산성비라고 우산을 챙기라고 했다. 실제로 고인 웅덩이의 테두리에는 위액처럼 노란 가루가 퍼져있었다. 요즘 사무실에 도착하면 내 자리는 겨울 정자처럼 멀뚱하다. 가끔 사인을 받으러 오는 서무 외에는 찾는 이가 없어 서리가 입혀졌다.
어제부터 시작된 편두통은 머리에 곡괭이질을 해댄다. 이렇게 하는 일이 적은 날은 생각이 더 많아진다. 보일러는 외출로 해놨던가. 다리미코드는 제대로 뽑았겠지. 저녁에 버무리려고 대접에 담궈논 말린고사리 한뭉치는. 화난 내 마음처럼 딴딴했는데 이제 좀 풀렸으려나. 그 안부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