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by 천이형님 posted Dec 28,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 가진 두번의 만남. "우리 한번 봐야지"라는 내 싱거운 말에 일산에서 우리 사무실까지 냅다 달려온 현준이. 근 10년만의 조우였다. 스타벅스 시즌 음료 2잔을 시키고 마주 앉아서 군더더기 없는 근황을 두시간 정도 나눴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뭐 잘 살고 있어야지. 결국은 내 속의 쓴물을 뱉어놓고 온 것 같은 뒷맛.

 


퇴근 하는 길에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7년의 밤>을 사서 오던 중. 아내가 (조카이자 직원인)서영이와 무한리필 간장게장 집에서 밥을 먹고 있다고 해서 들렸다. 체중 조절 중이라 무한리필이라는 단어도 간장게장이라는 단어도 맘에 들지 않았는데. 너무 정없는 건 아닐까라는 쓸데없는 마음이 또 발동했다. 그들의 즐거운 식사 시간 사이에 결국 눌러 앉아 꼰대같은 이야기만 두시간 늘어놨다. 

 


올 연말에는 수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혜란이 순옥이 보미 혜경이 현준이. 아마 곧 인실이도 볼 것 같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자기 세계에 빠지기 쉬운 나같은 사람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 일상의 감각을 회복하는게 좋다고 했다. 요즘의 어려움들. 너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겪고 있는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다. 그런 하찮은 마음들이 건강하게 나를 회복시킨다고 한다  



내가 또 보통 성실한가. 부지런히 약속들을 꾸역꾸역 만들어 보는데. 문제는 쌀떨어진 쌀통처럼 자꾸 바닥을 들킨다는 것. 됫박같은 작은 마음이 박박 긁는 소리만 보여준다. 계산을 마치고. 주머니에 영수증을 쑤셔넣고 가는 길엔 괜히 코가 찡긋하고 얼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