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겐키데스까. 러브레터의 고장. 운하로 유명한 오타루에 대해서는 여행 출발전부터 기대가 있었는데, 어젯밤 경로를 탐색하다보니. 어랏. 여기 갔던 곳이네. 내 기억 속에는 그저 전형적인 관광 도시. 작은 깃발을 든 가이드들이 보이고, 30명씩 줄지어 다니며 자국어로 떠들어대는 중국인과 한국인까지. 뭔가 견디기 힘든 그 거리풍경이 떠오르자, 아내에게는 "지루함 속으로 돌진할테니 각오하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뒀다.
과거에는 큰 광산과 큰 항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곳도 번화한 동네였다. 층고가 3층보다도 높은 건물이 운하를 따라 반듯하게 세워져 그 영화를 증명하지만. 지금은 그저 삿포로의 베드타운이 된 고장. 유치한 수준의 오르골이나 유리공예 같은 것을 팔며 호객하는 처량한 신세다. 쇄락한 이곳의 분위기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 꼬깃꼬깃 마음을 감추고 숨이있기 좋은 배경이 되어줬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회전초밥으로 점심을 마무리 짓고, 오후에는 지인을 위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요즘에 누가 기념품을 사. 일본에서 구하는 물건은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시대인데 말이다. 내 핀잔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후딱 해치우기로 하고 들른 LOFT. 웬걸. 줄을 서고 면세를 받고 환불하고, 여기서 4시간 정도를 허비했다.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숙소로 돌아왔고, 이번엔 내가 고집을 부려 근처 대형마트로 무겁게 행군했다. 해보고 싶은 나베요리를 완성하고 먹고, 결국 골아떨어진 여행 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