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얕보고 옷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게 후회되던 이튿날. 이곳은 단순히 기온이 낮은 것 뿐 아니라, 습도도 높고 바람도 꽤 불기 때문에 냉해를 입기 쉬운 고장이었다. 어제는 눈이 내렸고, 잠열 때문에 오히려 포근하게 느껴졌는데. 오늘은 해가 지고나서 제대로 한기를 끌어 안았다.
무엇보다 여긴 밥이 문제다. 조금 유명한 맛집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SNS를 타고 흘러오고. 배급 타는 피난민처럼 매 끼니 마다 30분 이상 줄을 선다. 둘이 합쳐 백만원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온 여행인데, 이렇게 노상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까웠다. 식당 안에 들어와보니, 밥을 다 먹고 나서도 40분 동안 노가리를 까는 어린애들이 보여 너무 미웠다. 그것도 손님의 권리겠지만, 밖에 떨며 줄서는 사람들이 안보이나.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편의점 음식으로 때울수도 없고 곤란해 죽겠다.
오전에는 노보리베츠에 갔다. 지옥 온천이라는 마을은 작아서 둘러보기도 편했고, 실제 온천이 나오는 곳은 유황냄새가 가득해 '제대로'라는 인상을 받았다, 노상에 흐르는 물이 80도라는데 수증기가 승무를 추는 듯, 정말 도깨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광이다. 이곳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는데. 덕분에 온천은 한가한 편. 특히 노천온탕, 풍욕이 절정이었다. 바람이 매서워 언덕에 쌓인 눈이 휘몰아치면, 따끈한 온수를 바가지로 퍼서 몸에 뿌리며 이겨내는 맛이 좋았다.
날씨 탓인가. 벌써부터 외롭다.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는 친구는 '그래도 목소리가 좋아보인다'고 하지만, 집에서 배깔고 누워 '다시보기'하고 헬스장 가는 일상이 나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