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박준, 장강명, 정영수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은 술이나 퍼마시고 겨울밤에 각혈을 하며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초상화를 그린다면 오브제로는 소주병보다 플랭클린 다이어리가 더 어울린다. 시간관리가 철저한 인간들.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작가가 아니라면 글만으로는 돈이 안된다. 작가들은 대부분 본업인 직장을 가지고 있고, 따로 시간을 뺄수가 없으니 매일 아침 단 두문장을 쓴다손 치더라도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했다.
나도 그 일을 하고 싶어서 (2년동안 SNS에 빠져 등한시했던) 홈페이지를 리뉴얼 했다. 대단한 문장이 아니라 단순한 일기여도 좋겠다. 일기는 훗날 귀한 자산이 된다. 일기를 쓴 이들의 글은 생생하다. 쫙쫙 갈라진 근육처럼 멋진 필력을 가진 대부분의 문장가들은 매일의 유산소 운동처럼 일기 쓰기를 빼놓지 않았다. 알면서도 못하는 거다. 나도 이제 그런 짓을 하고 싶다.
싸이월드,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시절에 따라 유행을 타는 SNS는 열광적인만큼 유치해지기 마련이고, 무엇보다 원치않는 회사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것이 싫었다. 그런 의식 때문에 감상적이기도 어렵고, 솔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시 한달의 시간을 걸쳐, 잘 깎아 놓은 고구마처럼 이 홈페이지를 다듬었다. 대학때 만들었던 유천닷컴. 벌써 22년이 되었다.